![]() |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은 UFO를 ‘현대인의 신화’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스위스 바젤대 의학심리학 교수 시절인 1943년 그는 줄곧 UFO를 ‘현대인의 잠재욕구가 과학으로 포장돼 나타난 것(신화)’으로 규정하고 UFO를 신화적 측면으로 접근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ET’가 대단한 흥행기록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UFO 추종자들은 융의 말대로 과학으로 포장된 탓에 한편으로는 과학주의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잠재욕구의 표출로 인해 비과학적,혹은 신화적 신비주의에 젖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UFO의 증거는 한 건도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종자들은 일종의 사이비 과학자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신념화’ 혹은 ‘종교화’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UFO는 현대 상업주의와 결탁, 거짓 정보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UFO의 신봉자들의 모임인 ‘엔터프라이즈 미션’이란 단체를 들 수 있다. 이 단체는 달 표면에 외계인이 세운 인공구조물이 존재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들의 발표로 국내에서도 한때 UFO 소동이 벌어졌었다. 달 표면을 손금 보듯 살피고 있는 NASA 과학자들이나 달 전문가들 중 그 누구도 달 표면에 지구에서 쏴올린 우주선 말고 다른 인공구조물이 설치됐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앞서 폴란드 태생 애덤스키(1891∼1965)는 1946년 UFO를 타고 외계를 여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별나라 여행의 염원을 담은 ‘우주의 개척자들’이란 공상과학소설을 펴냈다. 그해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마산 중턱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던 중 184대의 UFO가 종대로 8대씩 나란히 비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후 1952년에는 금성인을,그 이듬해에는 한술 더 떠서 화성인과 토성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점입가경으로 두번째 저서 ‘우주안에서’를 통해 그는 금성인 화성인 토성인과 함께 UFO를 타고 우주여행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달 가까이 접근했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달에는 토양이 비옥하고 무성한 숲도 있으며 털로 덮인 네발 달린 짐승이 노니는 것도 봤다고 설명했다.
애덤스키의 UFO에 대한 ‘사기극’은 1957년 옛 소련이 최초로 쏴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면서 서서히 거짓임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런 것은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4년 전인 1965년,그가 세상을 떠난 바람에 생전에 사기꾼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당무계한 주장은 이뿐만 아니다. 스위스 출신 데니컨은 1967년 ‘신들의 수레(원명:미래의 기억)’라는 책에서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비롯,지구상에 온갖 신기한 유적들은 대부분 외계인들에 의해 세워진 것이라고 역설했다. 예컨대 돌에 해골모양이 새겨진 고대 마야 유물들은 마야인들이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뇌수술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후에 고고학자들에 의해 민속공예품을 만들던 페루의 세공업자가 관광객들이 남미문명을 신비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돌에 새겨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데니컨은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도 외계인의 도움으로 설계·축조됐다고 주장했다. 밧줄도 없이 축조됐다는 섣부른 판단에 따라 그같이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 역시 피라미드를 쌓는데 밧줄이 사용된 기록과 유물이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돼 ‘꾸며낸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그는 과테말라 팔랑케의 무덤 뚜껑에 새겨진 그림도 UFO가 이륙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그림은 사람이 뒤로 불꽃을 내뿜는 기계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만약 외계인의 실존을 확신하는 상태에서 이 그림을 보면 정말 UFO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고대 마야족의 문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무지의 소치로 드러났다. UFO가 아니라 하늘·땅·죽음과 관련된 단지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이라는 사실이 고고학자들에 의해 규명됐기 때문이다.
UFO와 관련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중 하나는 역시 ‘로스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947년 7월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마을 로스웰 부근에서 한 목장주가 굉음과 함께 추락한 비행물체 및 ‘외계인으로 보이는’ 사체 4구를 목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 육군 항공기지는 현장에서 비행물체의 잔해를 수습하고 사체를 군병원으로 옮긴 뒤 추락 물체가 ‘비행접시(flying disc)’라고 발표했으나 수시간 뒤 공군에 의해 ‘기상관측용 기구’로 정정됐다.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난 듯했으나 사건 발생 후 40년이 지난 1987년 6월 영국의 UFO 전문가 티모시 굿이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MJ-12’라는 암호명으로 극비리에 설치된 정부 고위 위원회가 로스웰의 외계인 시체 조사를 지시한 뒤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어 1995년 8월 영국인 영화제작자 레이 산틸리가 사건 당시 외계인 사체를 해부하는 장면이라는 낡은 필름을 공개해 전 세계인을 경악시켰다. 이 필름은 1995년 11월26일 KBS1 TV 일요스페셜을 통해서도 방영된 바 있었다.
미 공군은 로스웰 사건 발생 50년이 지난 1997년 6월24일 ‘로스웰 보고서:사건 종결’을 발표했다. 미 공군은 이날 워싱턴 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UFO가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UFO는 없다”고 결론 지었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과학자들은 UFO를 공중 권세 잡은 자(엡 2:2)와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엡 6:12)의 눈속임으로 보고 있으며 신봉자를 가리켜 ‘속임수의 메신저’라고 지적한다.
◇도움말 주신 분 △권진혁 교수(영남대 물리학과) △이동용 박사(한국창조과학회 미주 중부지부장·항공기계공학 박사) △조덕영 목사(참기쁜교회) △김영호 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