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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어느 부품을 하나라도 제거하면 그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개의 부품을 제거하면 당초 목적했던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환원 불가능’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복잡성은 시스템의 부품과 기능이 다양하게 얽혀져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부품 가운데 한 개 부품만 제거하더라도 시스템 전체 기능(생명)이 상실된다는 의미에서 ‘핵심’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 개념은 미국 리하이 대학 마이클 베히(생화학) 박사에 의해 정립됐다. 베히 박사는 자신의 저서 ‘다윈의 블랙박스’를 통해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통상 생화학적 시스템들은 설계에 의한 결과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쥐덫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각각의 부품들이 제 위치에 있을 때 쥐덫은 쥐덫으로써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핵심 부품이 없어지면 나머지 구성 요소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다 해도 쥐덫은 기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것이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시스템이며 핵심 부품은 환원 불가능한 핵심에 해당된다.
이 이론은 최근 항생제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더욱 강력한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문제는 그것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 출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환자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약을 개발키 위해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세균의 유전자 전체를 죽이는 항생제는 그만큼 독성이 강해 어떤 식으로든 인체에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체 유전자 중에서 한 가지 유전자만 죽여 전체를 망가뜨리는 실험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어떤 세균의 유전자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그 세균의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면 그 유전자는 개체 생존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환원 불가능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핵심 유전자는 10여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들의 제품 개발 노력으로 엉뚱하게도 생명체의 지적설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날로 힘을 얻고 있다. 과학 낙관론자들은 그래서 이렇게 갈파하지 않았을까! “과학의 발전은 결국 갇힌 진실을 벗겨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남병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