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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적 장례문화 (4) ‘죽음에 관한 설교’장례문화에 영향

공 상희 2006. 6. 28. 09:47
성서적 장례문화 (4) ‘죽음에 관한 설교’장례문화에 영향


지형적 기후와 역사 등도 장례 문화에 영향을 미쳤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었다. 신학자들은 마르틴 루터의 ‘죽음의 준비에 관한 설교’를 통해 ‘죽음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루터는 1519년 5월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현공(賢公)의 고문이었던 샤르트(Marx Schart)의 부탁을 받고 독일어로 장례식 설교를 완성했다. 이 글은 1520년 라틴어로 번역된 뒤 책으로 인쇄돼 중판을 거듭했다. 죽음에 대한 위로의 설교로서 16세기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지금도 신학자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모두 20개 문항으로 이뤄진 죽음에 대한 글에서 루터는 죽음 죄 지옥 등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루터는 먼저 그리스도인에게 복된 죽음을 위한 조언을 하고 있다. 생의 확실한 경계선인 죽음,바로 이 죽음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역설한다. 죽음은 먼 훗날 찾아오는 게 아니라 ‘지금 찾아 오고 있다’는 현실적 현재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대해 루터는 이렇게 설교했다.

“불신자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원히 죽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죽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후의 날 다시 일어날 것으로 믿으면서….”

산 자가 잠을 잘 때,잠자는 기간을 살아 있지 않는 상태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잠자는 것도 삶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삶과 죽음에 경계선을 긋는 일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루터의 생각이었다. 이런 루터의 신학은 “우리가 예수의 죽었다가 다시 사심을 믿을진대 이와 같이 예수 안에서 자는 자들도 하나님이 저와 함께 데리고 오시리라”(살전 4:14)는 말씀에서 ‘예수 안에서 자는 자들’이란 구절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요소(영·혼·육)가 죽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육신이 죽어 그것이 흙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영혼은 그리스도의 품안에서 잠자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자들은 여기서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 루터는 역설했다. 하지만 불신자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잠자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죽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육신과 영혼이 죽어 마지막 때 심판을 받게 된다(요 3:18)는 것이 루터의 신학관이었다.

죽음과 관련,신자와 불신자간 공통분모는 육체적 이별에 따른 ‘슬픔’이지만 다른 점은 ‘부활에 대한 소망’의 유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부활이란 마지막 때 그리스도안에서 ‘몸이 다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자(신자)들이 일어나는 부활의 근거로 루터가 인용한 성서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 날에 주님은 하늘로부터 내려오셔서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큰소리로 호령하실 것입니다. 그때 그리스도를 믿다가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살전 4:16·쉬운성경)

다음으로 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루터는 그리스도가 자신의 죽음을 통해 부활을 성취한 것은 인류(신자)가 ‘죄로부터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 취해진 조처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바로 인류의 죄와 연결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닌,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고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죄의 숨통을 끊고 우리의 죄를 위해 영원한 저주인 지옥을 이기셨기 때문에 신자의 죽음은 죄나 지옥이 아닌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고 루터는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장례식 설교를 통해 신자의 죽음에는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하는 부활의 소망이 담겨 있음을 선포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받아야 할 이유를 많은 신학자들은 그의 설교에서 찾고 있다. 이런 신자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생각 저변에 깔려있을 때 비로소 루터가 말한 ‘죽음을 통한 부활의 소망’이나 ‘죽음을 통한 기쁨’ 혹은 ‘죽음을 통한 감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도움말 주신 분 △김영호 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문기교수(평택대 신학과) △박두환교수(나사렛대 신학과) △박종수교수(강남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