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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적 음식문화 (4) 생명의 상징인 피를 먹는 건 독을 먹는것

공 상희 2006. 6. 28. 09:36
성서적 음식문화 (4) 생명의 상징인 피를 먹는 건 독을 먹는것


예루살렘공회에서 유대인들은 이방인들과 ‘율법적 빅딜’(행 15:20)을 통해 음식과 관련한 세 가지 사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이방 신 제사를 위해 도축한 고기를 금하는 것(고전 10:14∼22)과 도살하지 않은 짐승(목매어 죽인 짐승)의 고기를 금하는 것(레 17:13∼14),그리고 피를 먹는 것을 금하는 것(레 17:10∼12)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유일하게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가 담겨 있는 것이 있다. 피에 관한 사항이다.

“…어떤 피든지 먹는 자가 있으면 내가 그 피 먹는 사람에게 진노하여 그를 백성 중에서 끊으리니”(레 17:10)

구약의 까다로운 음식규례는 대부분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으로 나눠졌으며 이중 후자에 대해 금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피의 경우는 달랐다. 먹지 말라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고 먹었을 때 후손의 대까지 끊어버리겠다는 진노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진노할 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학적?영적 의미와 식품영양학적 의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다(레 17:7)는 기록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생명과 피를 같은 선상에서 다루는 피에 대한 생명사상이 그것이다.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레 17:14)

이런 사상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사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을 때 하나님은 아벨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호소한다(창 4:10)고 했다. 핏소리의 호소는 생명의 호소임을 뜻한다. 생명의 절박한 호소를 하나님께서 들으셨다는 내용이다. 성서는 여러 차례 피를 먹지 말라고 못박았다.

“너희의 사는 모든 곳에서 무슨 피든지 새나 짐승의 피를 먹지 말라”(레 7:26)

이런 배경에서 볼 때 피를 먹는 것은 잔학성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피를 먹는 것은 곧 남의 생명을 먹는 것,혹은 남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른바 생명경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여타의 음식규제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로서 ‘하나님의 진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규제는 인류의 잔악성과 살인 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 피에 대한 접근이다. 동물은 죽을 때 모든 장기가 순식간에,혹은 일시적으로 그 기능이 멈추지 않는다. 비록 심장은 정지됐어도 일정 시간 동안 온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심장 외 다른 장기가 미약하게나마 기능을 계속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뇌 심장 간장 신장 그리고 나중에 상피세포 등의 순서로 기능이 정지된다.

일단 심장이 멈추면 산소 공급도 차단되기 때문에 여타의 장기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각종 장기는 노폐물을 쏟아낸다. 이런 노폐물을 평소에는 배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는 신장이 처리하지만 그것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노폐물은 혈관에 떠다니게 된다. 이 노폐물을 통상 독소라 부른다. 이 때문에 심장이 멈춰버린 동물의 피는 ‘우수한 미생물의 배지’라고 식품영양학자들은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자연사한 동물의 경우에서 발견된다. 만약 도살 처리하거나 목을 매 죽인 동물의 피는 어떨까? 도살 처리 과정에서 죽음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동물은 극한적인 공포와 분노 등을 더 오랫동안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포의 호르몬인 아드레날린,분노의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스트레스 호로몬인 코르티솔 등이 일시에 쏟아진다(본보 2006년 1월11일자 33면 참조).

모두 맹독성 물질이다. 독사나 복어의 독과 유사한 물질이다. 만약 목을 매어 죽인다면 죽음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에 이런 맹독성 물질은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진대사가 멈춰버린 상태에서 이런 독성 물질은 필연적으로 핏속으로 몰리게 된다. 따라서 피를 먹는 것은 노폐물이나 맹독성 물질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이다.

신약에 들어서조차 세 가지 음식규례 가운데 유독 피에 대한 규제만은 혹독했다. 피를 먹는 자에게 자손의 대를 끊어버리겠다는 하나님의 진노는 이런 맹독성 물질에서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류를 향한 사랑의 징표였음이 2000년이 지난 지금에야 재조명되고 있다. ‘성서의 무오성’이 그 까다로운 구약의 음식규례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 △김경진 교수(천안대학교 기독신학대학원) △김영호 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유기분석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