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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적 음식문화 (3) 음식규제는 ‘성서의 초월성’ 대변

공 상희 2006. 6. 28. 09:30
성서적 음식문화 (3) 음식규제는 ‘성서의 초월성’ 대변


구약의 몇 가지 까다로운 음식 규례는 거대하게 밀려오는 복음의 물줄기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시대적 저항’으로 남아 한동안 명맥이 유지됐었다. 이 규례는 당시 유대인의 종교적 열정과 신념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공회에서 모세 이후 구원의 문제로 언급돼 왔던 할례 문제를 이방 그리스도인들에게 양보한 대신 까다로운 음식 규제만은 결코 양보하지 않은 이른바 ‘율법적 빅딜’(행 15:20)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 결정에 따르면 유대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이방 그리스도인들에게 할례를 주장하지 않는 대신 모두 4가지 사항을 양보를 받았다. 4가지 사항 가운데 음행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식과 관련된 문제였다(본보 2006년 1월4일자 33면 참조).

그것은 이방신 제사를 위해 도축한 고기를 금한 것(고전 10:14∼22)과 도살하지 않은 짐승(목매어 죽인 짐승)의 고기를 금한 것(레 17:13∼14),그리고 피를 먹는 것을 금한 것(레 17:10∼12) 등이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유대인들이 새로운 시대인 신약시대에서조차 왜 이런 규제를 풀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는지에 쏠려 있다.

이방신 제사에서 나온 고기에 대해 특별히 중요하게 부각시킨 교회는 고린도교회였다. 우상제사에 사용된 제물용 고기로서 ‘제사 후 시장에 내다판 고기를 사서 먹어도 되느냐’,혹은 ‘친구집에 초청 받았을 때 우상에 제사 드린 음식을 먹어도 되느냐’가 당시 논쟁의 요지였다. 구약시대로 거슬러올라가 이를 규제한 첫번째 이유를 신학적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이 세상과 구별된 순수한 삶을 지향하기를 원하셨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렘 18:6,민 9:2). 그런 까닭에 이방신을 숭배한 제사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적 측면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여겨졌을 것이란 해석이다. 철저하게 유일신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를 겨냥했던 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 이외에 다른 신에 대한 포용이나 관용은 그 어떤 이유로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두번째는 식품영양학적 측면의 접근이다. 이방신 제사를 목적으로 도축된 고기는 신선도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도축된 고기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즉,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다팔리기 때문이다. 근동지역의 사막기후와 냉동시설이 없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시장에 내다팔리는 도축된 고기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종의 ‘세균덩어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중동지역의 기후에서 생명을 ‘가장 빠르게’ ‘가장 집단적으로’ 앗아가는 질병은 다름아닌 이질과 설사다. 그래서 이 지역 전문가들은 부패된 단백질을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악의 꽃’에 비유하곤 한다. 먹고 싶은 유혹과 충동은 크지만 일단 먹고나면 자신 뿐 아니라 이웃까지 모조리 집어삼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목매 죽인 짐승의 경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짐승의 숨통을 끊어 도살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고통을 최대한 줄이고 △죽음의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되 △도살체인 짐승과 그 현장을 청결하게 유지할 것 등이 그것이다. 목매 죽인 짐승의 경우 이런 도살원칙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을 매달기 때문에 죽음의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긴 죽음의 시간은 짐승에게 그만큼 많은 고통을 준다. 죽어가는 동안 짐승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심지어 분노까지 겪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극한 상태의 감정은 체내에 급격한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막대한 양의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렇게 분비된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몸 전체로 퍼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독물질이다.

그래서 목을 매 죽인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은 결국 유독물질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 미국의 한 영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목을 매 죽인 고기에는 유독한 피와 노폐물이 가득 차 있다. 이 유독물질은 사람의 세포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흥분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근동지방이란 특수한 사막환경과 생화학 및 식품영양학 등의 미발달에 따른 당시 상황을 고려해볼 때 구약의 음식 규례 가운데 예루살렘공회에서 논의됐던 음식 규제는 시대와 과학을 뛰어넘는 성서의 초월성을 유감없이 대변해주고 있다. 반면 복음에 의해 이 규제가 결국 무너져버린 것 역시 2000년전 이미 성서는 인류의 미래를 통찰하고 있었음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김영호 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유기분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