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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우주론은 아주 심오하고 놀라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주는 무(無)에서 시작됐으며 그 시작의 시점은 시간·공간·물질의 출발을 뜻한다. 크리스천 과학자라면 빅뱅우주론을 신의 개입이나 섭리에 의해 우주가 창조됐음을 뒷받침하는 과학의 금자탑으로 꼽을 것이다. 이는 알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무작정 신을 끌어들인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검증된 영역이다.
천문학자인 펜지아스와 윌슨은 빅뱅의 불덩어리가 전자기파의 형태로 남은 일종의 메아리인 ‘태초의 빛’을 포착해 천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천체물리학 저널에 1965년 게재했다. 이들이 제출한 세 쪽짜리 논문은 무려 13년 동안에 걸쳐 초기 검증이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코비(COBE)의 관측으로 그 존재가 더욱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그리고 1978년 스웨덴 왕립학회는 이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그들의 공적문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태초의 빛을 최초로 관측한 공로로….”
신이 창조한 태초의 빛은 더이상은 감출 수 없는 과학적 진실로 자리매김했다. 태초의 빛을 추적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시작점 즉 지금으로부터 대략 140억년 전 빅뱅의 순간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그날,아무런 예고도 없이 신의 특별한 개입에 의해 뜨거운 불덩어리가 갑자기 튀어 나왔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빅뱅 당시 불덩어리의 우주는 10의 30승(1자 뒤에 0이 30개 붙은 숫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 불덩어리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씨앗이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거기에는 빛과 물질이 뒤엉켜 있었다. 이른바 플라스마 상태로 어둠과 혼돈 그 자체였다. 성서는 과학책이 아니지만 과학을 뛰어넘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창 1:2) 그리고 불덩어리는 팽창을 계속했고 그에 따라 온도는 점차 식어갔다. 대략 38만년이 흐른 뒤 우주의 온도는 3300℃ 정도로서 태양 표면보다 조금 차가웠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로 이 때 빛과 물질이 분리돼 우주는 어둠과 혼돈 상태에서 거의 투명하게 바뀌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시기를 빛과 물질의 ‘분리 시기’라 부른다. 그 전까지는 빛과 물질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에 마치 짙은 안개에 휩싸여 우주를 직접 볼 수 없지만 분리 시기 이후에는 안개가 거치듯 주변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게 됐다. 비로소 빛이 출현했고 그것을 통해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태초의 빛’이다. 성서의 기록은 또다시 정곡을 찌른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창 1:3∼4)
태초의 빛은 대부분 파장이 1000분의 1㎜(근적외선에 해당)였다. 그런데 140억년에 걸친 우주의 팽창으로 그 파장은 1㎜(마이크로파에 해당)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 파장의 온도는 -270℃. 절대 온도 0도가 -273℃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차갑게 냉각된 마이크로파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빛의 온도는 1930년대에 이미 간접적으로 관측됐었다. 우리 은하의 성간 가스 구름의 온도가 대략 -270℃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태초의 빛은 1965년 예상치 못한 연구에서 발견됐다. 펜지아스와 윌슨은 당시 인공위성을 이용한 국제전화통신에 사용할 마이크로파 안테나를 시험 중이었다. 안테나의 감도는 매우 높아야 했고 이를 위해 모든 전파의 잡음에 대한 발생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전파의 잡음은 잡히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태초의 빛을 찾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느 날 두 천문학자는 빅뱅우주론이 예측한 태초의 빛이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관측될 것이란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 안테나에 포착돼 제거되지 않은 전파 잡음이 바로 우주배경복사 즉 ‘태초의 빛’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그 후 이 빛은 여러 천문학자에 의해 검증을 거듭했다. 이 빛을 확인한 한 천문학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나머지 이렇게 소리쳤다. “신의 손가락이 보인다.”
남병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