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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사 창조·진화 관점 (중)

공 상희 2006. 6. 28. 09:12
과학교사 창조·진화 관점 (중)


국내 중학교 과학교사들의 반 이상이 아직도 ‘진화론은 과학이지만 창조론은 신앙’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교사가 획일적으로 진화론 교육만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교사들의 반에 가까운 45.2%가 ‘우주는 진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한 반면 ‘창조됐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교사들은 26.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전남대 조정일(생물교육과) 교수가 최근 광주시내 전체 76개 중학교와 과양시 나주시 목포시 순천시 여수시 83개 중학교 등 총 159개 중학교 과학교사들 에게 설문지를 보낸 뒤 수거한 115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조 교수는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생물의 진화에 관한 중학교 과학교사들의 관점’이란 제목의 논문을 최근 한국창조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창조론과 진화론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 즉,‘진화론은 과학이지만 창조론은 신앙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교사들은 ‘매우 그렇다’ 7.8%,‘그렇다’ 46.1%라고 응답,53.9%가 창조론을 신앙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이와 함께 ‘진화론과 창조론은 모두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시간에 대한 이론이다’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22.6%)와 ‘매우 그렇지 않다’(4.3%)로 응답해 26.9%만 이 견해를 부정하고 있으며 ‘매우 그렇다’(7.8%) ‘그렇다’(51.3%) ‘잘 모르겠다’(12.2%) ‘무응답’(1.7%) 등 사실상 나머지 응답자인 73.1%(항목별로 반올림 계산한 것임)의 교사들은 아직도 생명 기원에 대해 불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것은 과학교사들이 생명 기원에 대한 세계관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외에 다른 이론에 대한 견해도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우주가 진화의 산물이다’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20.0%) ‘매우 그렇지 않다’(10.4%)는 등 30.4%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으나 그렇다고 이들 중 ‘우주가 창조됐다’는 견해에 동의한 교사들은 ‘매우 그렇다’(11.3%) ‘그렇다’(14.8%) 등 26.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표2). 반대로 ‘우주가 창조됐다’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23.5%) ‘매우 그렇지 않다’(13.9%) 등 37.4%가 부정했으나 이들 역시 ‘우주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주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견해에 동의한 교사들은 이보다 많은 45.2%에 이르고 있다. 양쪽 질문에 대한 무응답자도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교사들이라고 해서 창조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로 창조론을 부정하는 교사들이라고 해서 진화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기원 모델 외에 불가지론이나 생명체의 경우 외계유입설 등을 지지하는 과학교사들도 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가지론이란 우주 탄생에 대해서는 결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의 출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른다는 이론이다.

또 인류의 진화에 대한 관점을 묻는 질문에서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교사들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영역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과학관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표3). 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유인원이 원인을 거쳐 사람으로 진화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가 33.0%,‘잘 모르겠다가 31.3%로 나타났고 ‘과거에는 50% 원숭이, 50% 사람의 특징을 가진 생물들이 살았다’라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가 38.3%,‘잘 모르겠다가 38.3%,‘인류의 조상을 이어주는 중간단계가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가 41.7%,‘잘 모르겠다’가 39.1% 등으로 조사됐다.

한편 설문 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무종교가 5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독교(24.3%) 천주교(13.0%) 불교(8.7%) 순이었다(그래프 1). 또 전공은 생물이 31.3%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화학(30.4%) 지구과학(19.1%) 물리(18.3%) 기타(0.9%) 순으로 나타났다(그래프 2).

이와 관련,조 교수는 “‘진화=과학,창조=신앙’이란 고정관념이 아직도 중학교 과학교사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들이 과거 진화론적 교육만을 받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이 등식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먼저 고교 생물교과서에 진화론의 한계 및 대안으로 창조론이나 지적설계이론이 논의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병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