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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의 ‘사기 가설’이 우리 교과서에 진실인 것처럼 실려 있다면 도대체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런 사실을 숨기기에는 부끄러움이 이미 그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8종의 고교생물Ⅱ 교과서 전체에 이 사기 가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헤캘의 배 발생’이 바로 그것이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척추동물은 초기의 배 발생 과정이 유사한데 이것은 척추동물이 공통조상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공통으로 발견되는 아가미 주머니는 이들 척추동물이 공통조상에서 기원했음을 뜻한다. 불행하게도 단 하나도 예외없이 고교생물Ⅱ 교과서 전체가 이 가설에 기초해 척추동물의 배 발생 과정의 사진 및 그림을 싣고 있다. 초기 배 발생 과정의 유사성이 진화의 강력한 증거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초기의 배’란 사람의 경우 수정 후 자궁에 착상한 뒤 통상 8주 이내의 배아를 지칭한다. 수정후 14일 정도가 지나면 줄기세포가 발견되고 보통 3주에서 7주 사이에 교과서에 등장하는 배의 모습이 나타난다. 8주가 지나면 각종 장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해 태아로 취급된다.
독일의 발생학자 에른스트 해켈(Ernst Haeckel·1834∼1919)은 1891년 초기 배 발생 과정의 유사함에 대한 그림과 함께 자신의 논문을 ‘Anthropogenie’라는 과학잡지에 게재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개체 발생은 그 종의 계통 발생을 재현한다”는 이른바 ‘발생 반복설’(혹은 진화 재연설이라고도 함)을 주장했다. 하나의 개체가 수정란에서 점점 분화돼 성숙한 개체로 성장하는 과정은 그 개체가 진화돼온 과정을 다시 보여준다는 가설이다. 해켈의 논문 발표 이후 이 가설은 진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가설은 무려 130년 동안 생물학계를 지배해왔다. 이 가설이 발생생물학계를 거의 평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해켈의 가설은 다윈이 쓴 ‘종의 기원’에서도 인용됐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배 발생 초기 단계가 유사하는 것은 그들이 공통조상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고 그 공통조상의 모습이 어떠한지도 알려준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해켈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배 발생 그림(사진)은 1997년 9월5일 발생학자 M 리처드슨이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해 ‘사기’로 드러났다. 리처드슨은 당시 “해켈의 배 그림은 아마 생물학에서 가장 위대한 위조일 것”이라고 폭로했다. 사이언스지는 ‘해켈의 배아:사기가 재발견되다’(Haeckel’s embryos: Fraud rediscovered)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하면서 “(진화의 증거로 주장하는) 해켈의 배아 그림은 일부분을 첨가,혹은 생략했을 뿐 아니라 그 크기도 조작했는데 심지어 크기가 10배나 차이 나는 것도 있을 정도”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 해켈이 비슷하다고 주장한 것과 동일한 시기에 배 모습을 동물별로 동일한 배율로 촬영해 비교해보면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기야 그의 가설은 발생학계에서 ‘학문적 추방’을 당하고 말았다. 해켈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조작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해켈의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낡아버린 이론을 신봉했던,그래서 그 신봉의 대가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히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과학의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 말고는 그의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없다.
또한 대부분의 교과서는 여러 척추동물의 배아가 공통적으로 아가미 주머니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을 진화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교과서의 내용대로 과연 아가미 주머니가 여러 척추동물이 공통조상에서 유래했다는 진화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난센스다. 먼저 사람과 같은 육상동물의 배아에서 어류의 아가미 주머니와 단지 얼핏 보기에 닮았다고 해서 이를 아가미 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발생학의 메커니즘을 간과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단지 이들 배아의 목 부위에 선들이 형성돼 있을 뿐 결코 어류의 아가미 주머니와 비슷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국의 발생학자 루이스 윌퍼트는 포유류와 같은 동물의 배 발생 과정에서 어류의 아가미 주머니와 닮은 구조물이 있긴 하지만 이는 단지 어류에서 나중에 아가미로 발달하는 구조와 닮았을 뿐,발생 계통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만약 척추동물의 배아 발달 단계에서 목 부위에 어류의 아가미 주머니처럼 비슷한 구조물이 있다는 것이 진화의 증거라고 주장한다면 악어 다리나 박쥐 날개,혹은 고래의 지느러미,사람의 손 등 척추동물의 앞다리 상동을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잘못을 범하게 된다(본보 일자 면 참조).
고대 이스라엘 제3대 왕이자 지혜의 왕으로 꼽혔던 솔로몬은 ‘어리석음’에 대해 이렇게 갈파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은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하여 결국 얼빠진 소리를 하다가 화를 입는다”(전 10:13)
◇도움말 주신 분 △조정일 교수(전남대 생물교육과) △황창일(한국창조과학회 NOAH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