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탄원(미 7:1∼7)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예언자라고 하면 미래의 사실을 미리 알아맞히는, 시체(時體)말로 앞날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미리 말해 주는 점쟁이 같은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들은 미래의 사실을 알아맞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이 뜻을 대신 전하는 사람을 의미하였습니다.
영어의 예언자 ‘prophet’라는 말은 그리스어‘prophetes’에서 나왔는데, 문자 그대로 어떤 사람을 대변하는, 특히 신을 대변하는 사람이란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언자의 정확한 뜻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말하는 사람’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예언자는 백성 앞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인 것입니다.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영에 이끌리어 하나님의 뜻과 그분의 뜨거운 마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지상 대변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언자들은 역사 속에서 세상 사람들이 행한 잘못을 질타하고 바른 삶을 살도록 인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예언자들이 할 일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든 듣지 않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하나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한다는 것은 때론 곤혹스럽고, 외톨박이가 되는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숱한 인간들이 평화와 풍요를 예고하고 듣기 좋은 말로 대중 앞에 아첨을 하는 틈바구니에서 예언자는 재앙과 역병, 고통, 파멸을 예고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을 모두 자기 시대의 아픔과 문제를 온몸과 마음으로 감싸 안았던 설교자들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기에 예언자들의 외침은 자기 시대를 향한 ‘양심 선언’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가 3:8에서 미가 예언자는 자신의 사명은 거역하기만 하는 야곱의 죄상을 밝히고 못할 짓만 하는 이스라엘의 죄를 규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배신하다가 처참한 재난을 당한다(렘 2:19)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에게 생명의 근원되는 하나님께로 돌아서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늘의 본문 미가 7:1∼6까지의 말씀은 미가 예언자가 자신의 사명을 밝힌 내용이자 양심 선언으로서 이스라엘의 죄악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본문에서 악에 대해서 너무나 민감해서, 악에 관계되는 일이라면 그 어느 것도 달게 보거나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미가 예언자의 탄식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가 당시의 남·북이스라엘의 종교적, 도덕적 부패상은 비단 그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민족이 처해 있는 모습과도 너무나 흡사합니다.
지금 우리 민족은 6·25전쟁 이래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관리체제 아래서 고통받고 있는데, IMF 관리체제야말로 우리에게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관행과 거짓과 부정직,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기보다는 하나님을 떠나 탐욕을 추구한 우리들의 죄악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할 때, 미가 예언자의 탄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동일하게 유효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의 미가 예언자의 탄식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죄악상을 발견하고, 철저히 잘못을 깨우치고 회개하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본문의 앞장(6장)에서는 재판석상에서 행해지는 판사와 피고인간의 변론 형식으로 언약의 당사자인 하나님의 도움과 언약의 체결자인 이스라엘의 불의함이 서로 대조되어 이스라엘의 죄악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언약의 당사자이신 하나님 자신은 결코 언약을 어겨 불의를 행한 적이 없었건만, 이스라엘 백성은 언약을 어기고 온갖 불의를 자행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책망과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어 본문(미 7:16)에서는 심판 선언을 들은 미가 예언자가 이스라엘을 대표하여 자신들의 타락상을 보고 스스로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닫고 탄식하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문 1절에서 미가 예언자는 “재앙이로다. 나여!”라고 크게 탄식합니다.
이 탄식은 자기가 끔찍이 사랑하는 시온과 동족이 종교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음을 아파하는 것입니다.
마치 시온과 시온의 백성들이 추수를 다 해 버리고 찌꺼기만 남은 포도밭이나 무화과 밭처럼 크게 황폐하였음을 탄식하는 것입니다.
첫째, 미가 예언자는 이스라엘 가운데 선인과 정직자가 없음을 탄식합니다.
본문 2절에서 “선인이 세상에서 끊쳤고 정직자가 인간에 없도다.”고 고발합니다.
여기서‘선인’은 ‘경건한 사람’(시 12:1) 혹은 ‘자비로운 사람’(사 57:1), ‘성도’(대하 6:41)로 번역되는데,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또한 정직자는 ‘목표를 향하여 똑바로 가는 자’를 뜻하는데, 이는 하나님의 율법과 계명을 똑바로 준행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선인과 정직자가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더 이상 믿음의 대상이 아니요, 섬김의 대상이 아님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이 없는 곳은 필연적으로 사단이 지배하는 세계요, 온갖 불의가 저질러지는 곳임이 자명하다 하겠습니다.
오늘 이 땅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선인이라 칭하는 수백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있지만, 진정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없기에 부정과 불의가 가득한 사회임을 깨우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가 예언자는 모든 지도자들이 타락하여 자신들의 직무를 바로 행하지 않음을 탄식합니다.
군장과 재판자는 뇌물을 받아 판결을 왜곡하고, 부자들은 뇌물을 공여하여 온갖 특권을 얻어 내는 한 마디로 공의가 사라진 사회라고 고발합니다.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 공의를 바로 세워야 할 지도자들이 서로 불법하는 데 하나가 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를 만들고, 부자와 통치자가 서로 주고받는 공생의 관계를 구축하여 온갖 불의와 부정을 부추기는 데 주범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권력자와 재력가의 유착관계로 이루어진 악의 세계는 너무나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 이제 오직 하나님의 심판 이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타파될 수 없게 되어 버렸기에 하나님의 심판이 필연적이라는 것입니다.
셋째, 미가 예언자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마저 파괴되어 공동체가 넘어지게 되었다고 한탄합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도 믿을 수 없고, 친구도 의지할 수 없으며, 가족의 식구조차도 서로 원수가 되었다는 고발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나라에도 온갖 불의와 부정이 혼재해 있습니다.
미가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지적한 죄악상이 이 땅에도 고스란히 있습니다.
우리도 미가 예언자처럼 이 땅의 죄악상을 보고 탄식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백성들을 바라보며 탄식해야 합니다.
이 땅에 사랑과 신뢰가 없어 무너져 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탄식해야 합니다.
미가 예언자의 탄식과 고발이 죄로 물든 이스라엘의 파멸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근원되는 하나님께로 돌이키라는 회개의 촉구가 중심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는 더욱더 깨어 예언자의 탄식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언자의 탄식과 파멸 예고는 사실 회개하여 하나님의 구원과 은총을 받으라는 사랑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미가 예언자처럼 깨어 탄식할 때 이 땅 위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의 구원의 역사가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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